가. 그 순간에 일어난 일
무거운 상자를 들다가, 아이를 안아 올리다가, 세수하려고 허리를 굽히다가 뜨끔했다고 하십니다. 그 뒤로 허리를 펴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진 채 걷게 되었다고요.
대단한 무게가 아니었는데도 그렇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힘이 들어가면 척추 뒤쪽의 조직과 근육에 실리는 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각도가 무게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몸이 그 부위를 지키려고 주변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그 수축 때문에 허리가 한쪽으로 기울고 펴지지 않습니다.
나. 첫 사흘의 원칙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가 있습니다. 아프니까 누워 있어야 낫는다는 생각입니다.
급성기에 하루 이틀 부담을 줄이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 누워만 있으면 회복이 오히려 늦어지고 통증이 오래갑니다. 근육이 빠르게 약해지고 관절이 굳으면서 다시 움직일 때 더 아파지기 때문입니다.
첫 사흘의 목표는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조금씩 되찾는 것입니다.
견딜 수 있는 범위에서 자주 일어나 걷고, 오래 같은 자세로 앉지 않고,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 선까지만 움직입니다. 아프지만 견딜 만하다면 그 범위는 유지하셔도 됩니다.
다. 디스크인지 아닌지
이 구분을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허리 근육과 관절 문제라면 통증이 허리와 엉치 주변에 머뭅니다. 자세를 바꿀 때 아프고 특정 방향에서 막힙니다.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하는 경우에는 통증이 엉덩이를 지나 다리로 내려갑니다. 무릎 아래까지 뻗치거나 저림이 함께 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다리로 통증이 번지기도 합니다.
다만 처음 며칠은 근육의 방어성 수축이 심해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며칠 지켜본 뒤에 판단하는 편이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라. 지체하면 안 되는 신호
다음은 시간을 다투는 상황입니다.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새거나, 항문 주변과 안쪽 허벅지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즉시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에 생긴 심한 통증, 밤에 누워 있어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는 통증, 발열과 체중 감소가 동반된 요통, 암 치료를 받으신 이력이 있는 경우도 영상 검사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마. 진료에서 확인하는 것과 회복의 순서
저는 먼저 어느 방향에서 막히는지를 봅니다. 앞으로 굽힐 때인지 뒤로 젖힐 때인지, 한쪽으로 기울일 때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그다음 다리로 내려가는 증상과 근력, 감각을 확인해 신경 자극 여부를 나눕니다.
여기까지 정리되면 골반과 고관절, 그리고 흉추의 움직임을 봅니다. 허리가 감당하지 않아도 될 움직임까지 떠맡고 있으면 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오래 앉아 일하시는 분에게 특히 흔합니다.
회복은 세 단계로 봅니다. 첫 며칠은 움직임을 되찾는 시기, 그다음은 자세와 일상 동작을 정리하는 시기, 마지막이 다시 부하를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시기입니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세 번째 단계를 건너뛰면 몇 달 뒤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한 번 삐끗한 뒤 반복되는 분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허리 보호대를 계속 차도 되나요
급성기에 짧게 쓰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다만 오래 착용하면 몸통 근육이 일을 덜 하게 되어 약해집니다. 움직임이 회복되는 대로 착용 시간을 줄여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부터 운동을 해도 되나요
통증 없이 일상 동작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가벼운 것으로 시작합니다. 무게를 드는 동작은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힘을 쓰지 않는 방식부터 익히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허리를 삐끗한 뒤 며칠이 지났는데 움직임이 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막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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