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대개 다른 사람이 먼저 발견합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다가, 혹은 가족이 뒤통수를 보다가 발견했다고 하십니다. 본인은 전혀 몰랐다고요.
이 병의 특징이 여기 있습니다. 아프지 않고 가렵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자각 증상 없이 자란 뒤에 발견됩니다.
발견하면 놀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이 병은 흔히 생각하시는 탈모와 성격이 다릅니다.
나.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잘 받지 않도록 보호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보호가 무너지면 면역세포가 성장기의 모낭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공격을 받은 모낭은 성장을 멈추고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모낭 자체가 파괴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병에서는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흉터를 남기며 모낭이 소실되는 종류의 탈모와 이 점에서 다릅니다.
빠진 자리의 두피가 매끈하고 정상으로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붉거나 딱지가 앉거나 흉터가 있다면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 다른 탈모와 나눕니다
가장 흔한 혼동은 전반적으로 머리가 빠지는 상태와의 구분입니다.
출산 후 두세 달쯤부터, 혹은 심한 스트레스나 고열, 급격한 다이어트 뒤 두세 달쯤부터 머리가 뭉텅이로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특정 자리가 비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밀도가 줄어듭니다.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이것은 많은 모낭이 동시에 쉬는 시기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현상이고, 대개 몇 달 뒤 회복됩니다.
남성형이나 여성형 탈모는 경과가 다릅니다. 서서히 진행하고, 정수리나 이마 경계선처럼 정해진 부위의 밀도가 줄어듭니다. 경계가 뚜렷한 동그란 자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원형탈모는 경계가 분명하고 한 자리가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이 차이가 진단의 출발점입니다.
라. 손톱과 경과가 알려 주는 것
이 병에서 손톱을 함께 봅니다.
손톱 표면에 바늘로 찍은 것 같은 작은 함몰이 여러 개 있거나 표면이 거칠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이 변화가 있으면 경과가 좀 더 길어지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앞서 건선관절염에서도 손톱을 봤습니다. 손톱은 여러 자가면역 질환에서 몸의 상태를 비교적 이르게 보여 주는 자리입니다.
경과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한 자리가 생겼다가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고, 회복되는 동안 다른 자리가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 다시 나는 머리카락이 처음에는 가늘고 흰색으로 나왔다가 점차 굵어지고 색을 찾는 경우가 흔합니다.
흰머리로 나왔다고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회복의 과정에서 자주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마. 확인이 필요한 경우
탈모반의 개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머리 전체나 눈썹과 속눈썹, 몸의 털까지 빠지는 경우, 뒷머리와 옆머리 경계를 따라 띠 모양으로 빠지는 경우는 경과가 다를 수 있어 피부과 확인이 필요합니다.
갑상선 질환이나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가 있어 확인하기도 합니다. 피로나 체중 변화, 관절 증상이 함께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두피가 붉거나 각질이 심하거나 딱지가 있거나 통증이 있다면 이 병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곰팡이 감염이나 다른 피부 질환을 배제해야 합니다.
바. 진료에서 함께 보는 것
저는 먼저 탈모반의 개수와 위치, 언제 발견했는지, 그 뒤로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사진으로 기록해 두시면 경과를 판단하기가 훨씬 정확합니다. 눈으로 보는 인상은 오차가 큽니다.
그다음 시기를 봅니다. 발생 몇 달 전에 심한 스트레스나 감염, 큰 생활 변화가 있었는지를 여쭙습니다. 원인으로 단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면과 피로, 소화, 월경 상태도 함께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머리카락을 혈의 남은 기운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 혈이 부족하거나 열이 위로 몰린 상태를 나누어 접근해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한 자리가 비는 것과 서서히 전체가 얇아지는 것을 다르게 다루어 온 관찰이 남아 있습니다.
이 병에서 조급함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경과가 길고 오르내림이 있어 매일 거울을 보며 확인하면 지치기 쉽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정해 사진으로만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건가요
스트레스가 유발 요인의 하나로 언급되지만 원인 전부는 아닙니다. 자가면역적 소인과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합니다. 스트레스만 탓하시면 오히려 부담이 커집니다.
다시 날 수 있나요
모낭이 파괴되어 사라지는 종류의 탈모가 아니므로 재생의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경과와 회복 정도는 개인차가 크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치료 방향은 피부과 진료와 함께 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탈모반이 늘어나고 있다면 시기와 개수를 기록해 오시기 바랍니다. 경과를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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