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방향이 반대인 허리 통증

허리 통증에는 대체로 규칙이 있습니다. 많이 쓰면 아프고 쉬면 덜합니다. 오래 앉아 있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심해지고, 누우면 편해집니다.

그런데 반대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더 굳고, 자다가 새벽에 아파서 깨고, 일어나서 움직이면 오히려 풀린다고요.

이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런 통증을 염증성 요통이라고 부릅니다.

나. 다섯 가지 기준

염증성 요통을 판단할 때 보는 조건이 있습니다.

마흔 살 이전에 시작되었는가.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시작되었는가. 아침에 뻣뻣한 시간이 삼십 분을 넘는가. 쉬면 나빠지고 움직이면 좋아지는가. 밤 후반부에 통증으로 깨는가.

이 가운데 여러 개가 해당하고 통증이 석 달 넘게 이어진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침 강직의 길이가 중요합니다. 디스크나 근육 문제에서도 아침에 뻣뻣하지만 대개 몇 분 안에 풀립니다. 삼십 분 이상, 한 시간 가까이 굳어 있다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 왜 몇 년씩 늦어지는가

이 병은 진단까지 오래 걸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십 대에서 삼십 대 남성에게 흔한데, 그 나이에 허리가 아프면 대부분 디스크나 자세 문제로 접근합니다. 엑스레이에서도 초기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천장관절의 변화가 영상에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침 치료를 몇 년씩 받으며 지내다가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허리 치료를 오래 받았는데도 아침 강직이 그대로인 분을 만나면 이 방향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라. 허리 밖의 신호들

이 병은 척추만의 병이 아닙니다.

엉치 한쪽 또는 양쪽이 번갈아 아픈 경우가 흔합니다. 천장관절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뒤꿈치나 발바닥이 힘줄 붙는 자리에서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무릎이나 발목 한두 관절이 부어오르기도 합니다.

허리와 무관해 보이는 증상도 함께 옵니다. 한쪽 눈이 갑자기 충혈되고 아프고 빛이 부시다면 포도막염일 수 있어 안과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성 설사나 혈변 같은 장 증상, 그리고 건선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눈과 장과 허리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이 병의 성격입니다. 각각 다른 과를 다니면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지내시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마. 확인과 관리

진단은 병력과 진찰, 그리고 천장관절을 보는 영상 검사로 이루어집니다. 초기에는 엑스레이보다 자기공명영상이 필요할 수 있고, 염증 수치와 유전자 검사가 참고됩니다. 이 과정은 류마티스내과 영역이므로 해당 진료를 권해 드립니다.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움직임입니다. 이 병에서는 안정이 답이 아닙니다. 굳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병이라 자세를 유지하고 가동 범위를 지키는 운동이 치료의 한 축을 차지합니다.

저는 진단이 확인된 분께 척추 전체의 가동 범위, 특히 흉곽이 숨 쉴 때 얼마나 확장되는지를 봅니다. 갈비뼈와 척추가 만나는 관절도 굳기 때문에 호흡의 깊이가 지표가 됩니다. 여기에 천장관절과 고관절, 어깨의 움직임을 함께 확인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등뼈를 따라 굳고 굽어 가는 상태를 오래된 비증의 하나로 다루어 왔습니다. 다만 이 병에서 한의 치료의 자리는 진단과 약물 치료를 대신하는 곳이 아니라, 통증과 굳음을 관리하며 움직임을 유지하는 쪽에 있습니다. 순서를 분명히 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젊은데 허리가 아프면 다 이 병인가요

아닙니다. 젊은 층의 허리 통증 대부분은 기계적 원인입니다. 다만 아침 강직이 길고 밤에 심해지며 움직이면 나아지는 조합이라면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운동을 해도 되나요

이 병에서는 운동이 관리의 핵심입니다. 척추를 펴는 방향의 움직임과 호흡을 크게 쓰는 운동이 특히 권장됩니다. 다만 급성 염증기에는 강도를 조절해야 하므로 상태에 맞추어 정하시기 바랍니다.

허리 치료를 오래 받았는데도 아침 강직이 그대로라면, 통증의 성격부터 다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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