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검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갑상선 수치를 몇 번 재 보셨는데 올 때마다 다르게 나왔다고 하십니다. 어느 해에는 조금 높다고 했고, 그다음에는 정상이라 했고, 최근에는 낮은 쪽으로 나왔다고요.
수치가 오락가락하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검사가 부정확한 것 아니냐고 물으시기도 합니다.
검사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병 자체가 시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가면역에 의한 갑상선염이 그렇습니다.
나. 면역이 갑상선을 서서히 바꿉니다
이 병에서는 면역세포가 갑상선 조직에 침입해 오랜 시간에 걸쳐 염증을 만듭니다.
여기서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하나는 조직이 파괴되면서 저장돼 있던 갑상선 호르몬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새어 나오는 것입니다. 그 시기에는 수치가 높게 나오고 두근거림이나 더위, 체중 감소 같은 항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파괴가 누적되면서 호르몬을 만드는 능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쪽이 길게 보면 주된 방향입니다.
그래서 초기에 잠시 높게 나왔다가 시간이 지나며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경과를 밟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병에서 수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시기에 항진증으로 오해되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저하로 넘어가는 시점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어느 쪽인지 나누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 항체 검사가 알려 주는 것과 알려 주지 않는 것
자가면역 갑상선염에서는 갑상선 조직을 향한 항체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항체가 알려 주는 것은 원인의 성격입니다. 지금의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자가면역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앞으로 기능 저하로 진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정보를 줍니다.
반대로 알려 주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항체 수치가 높다고 해서 증상이 심한 것은 아닙니다. 항체가 있어도 기능이 정상이면 약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체 수치를 낮추는 것 자체가 치료의 목표가 되지도 않습니다.
이 구분을 모르면 항체 수치를 볼 때마다 불안해집니다. 실제로 관리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갑상선자극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 그리고 증상입니다.
라. 약을 언제 시작하는가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져 있으면 호르몬을 보충합니다. 이 부분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애매한 것은 갑상선자극호르몬만 조금 높고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 범위에 있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나이, 증상의 유무와 정도, 항체 유무, 임신 계획, 심혈관 위험을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특히 임신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기준이 달라집니다. 임신 초기 태아의 발달에 모체의 갑상선 호르몬이 관여하므로 더 이른 시점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신을 준비 중이시라면 이 사실을 진료 때 반드시 말씀해 주십시오.
약을 시작한 뒤에도 용량 조정에 시간이 걸립니다. 몇 주 간격으로 수치를 확인하며 맞춰 갑니다. 이 시기에 임의로 조절하지 않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 수치는 맞췄는데 증상이 남는다면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상황입니다. 약을 먹고 수치는 정상 범위에 들어왔는데 여전히 피곤하고 붓고 무겁다고 하십니다.
이때 확인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약의 복용 방법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흡수가 예민해서 공복에 복용하고 일정 시간 다른 것을 먹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철분제나 칼슘제, 위산 억제제와 시간이 겹치면 흡수가 떨어집니다. 커피와 함께 드시는 경우도 영향을 줍니다.
다음으로 다른 원인을 봅니다. 빈혈, 비타민 디 부족, 수면무호흡, 우울과 불안, 다른 자가면역 질환의 동반 여부입니다. 자가면역 갑상선염이 있는 분에게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함께 확인합니다.
수치 하나로 증상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바. 진료에서 함께 보는 것
진단과 약물 조절은 내분비내과의 영역입니다. 한의 치료가 그것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제가 진료에서 확인하는 것은 시기와 경과입니다. 언제부터 수치가 달라졌는지, 그 시기에 출산이나 심한 스트레스, 감염 같은 사건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산후에 갑상선 기능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 출산력은 반드시 여쭙습니다.
그다음 남아 있는 증상을 봅니다. 추위와 부종, 변비, 피부 건조, 피로 가운데 무엇이 주로 남아 있는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양기가 부족해 몸을 데우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왔고, 여기에 수분이 정체되는 양상을 함께 다루어 왔습니다. 다만 목 앞쪽이 붓고 아프거나 목소리가 변하거나 삼키기 불편하다면 그쪽 확인이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항체 수치를 낮추는 치료가 있나요
현재 관리의 목표는 항체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갑상선 기능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항체 수치의 변화만으로 치료 성패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요오드가 많은 음식을 피해야 하나요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반대로 과량 섭취하는 것 모두 권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식사 범위를 유지하시면 되고, 요오드 보충제를 따로 드시는 경우에는 진료 때 알려 주십시오.
수치는 안정됐는데 피로와 컨디션이 그대로라면, 남은 부분을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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