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조문과 출처

앞선 글에서 방광의 기화를 다루면서, 기화라는 말이 배출만이 아니라 진액을 소변으로 전화시키는 과정까지 걸쳐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 절반이 어디로 이어지는지가 이번 주제입니다.

黃帝內經 素問 逆調論에 腎者水藏 主津液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신은 물을 저장하는 장부이며 진액을 주관한다는 뜻입니다. 동의보감 내경편의 신 항목도 이 계열의 서술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서술은 오랫동안 부종과 소변 이상, 갈증을 하나의 축에서 설명하는 근거가 되어 왔습니다.

나. 이 서술의 실제 주장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신을 소변을 만드는 기관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물을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다스린다는 말에는 양을 조절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몸의 물이 저절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늘리고 줄이는 조절이 이루어진다는 관찰입니다.

그리고 이 조절이 실패하면 물이 넘쳐 붓거나 부족해 마른다고 보았습니다. 하나의 조절기가 양방향으로 어긋날 수 있다는 이해입니다.

다. 현대 생리학이 서술하는 조절

오늘날 체액량은 두 축으로 설명됩니다.

혈액량이 줄거나 혈압이 떨어지면 신장에서 레닌이 분비되고, 안지오텐신을 거쳐 알도스테론이 나옵니다. 알도스테론은 신장 세뇨관에서 나트륨을 다시 흡수하게 하고, 나트륨을 따라 물이 함께 들어옵니다. 결과적으로 체액량이 늘고 혈압이 회복됩니다.

다른 축은 농도입니다. 혈액의 삼투압이 오르면 뇌하수체 후엽에서 항이뇨호르몬이 나오고, 집합관에서 물이 재흡수되어 소변이 농축됩니다.

두 축 모두 신장에서 작동하고, 두 축 모두 물의 양을 능동적으로 조절합니다. 물이 저절로 유지되지 않으며 그 조절의 자리가 신장이라는 서술은, 고전의 관찰과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라.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 범위

그러나 신을 신장과 같다고 말하면 지나칩니다.

고전의 신은 해부학적 장기 하나가 아닙니다. 생식과 발육, 뼈와 골수, 머리카락과 청력, 그리고 노화의 속도까지 아우르는 기능계로 서술되어 왔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오늘날의 신장 기능과 무관합니다.

반대 방향의 불일치도 있습니다. 현대 생리학에서 체액 조절의 핵심 신호인 항이뇨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나옵니다. 알도스테론은 부신에서 나옵니다. 신장은 이 신호를 받아 실행하는 자리이지 신호의 출발점이 아닙니다. 고전이 신 하나로 묶어 서술한 조절이 실제로는 뇌와 부신과 신장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므로 腎主水는 체액 조절이라는 기능을 정확히 짚었지만, 그 기능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능의 대응과 해부의 대응을 나누어 읽어야 합니다.

마. 고장이 증언하는 것

대응의 근거는 정상 상태의 설명이 닮았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고장 났을 때 같은 양상으로 무너지는가에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물과 나트륨이 빠져나가지 못해 붓습니다. 눈꺼풀이 붓고 다리가 붓고 체중이 늘고 소변량이 줄어듭니다. 고전이 신이 물을 다스리지 못해 생긴 수종이라고 서술한 상태가 이것입니다. 관찰된 현상은 같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항이뇨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물이 지나치게 붙잡혀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묽어집니다. 이때 나타나는 것은 부종이 아니라 두통과 메스꺼움, 무기력과 혼돈입니다. 물이 넘치는데 겉으로는 붓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 두 번째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고전의 수종 개념만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양을 조절한다는 관찰은 정확했지만, 농도와 총량이 별개의 변수라는 이해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겹치는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을 이렇게 나누어 두는 편이, 둘을 하나로 합쳐 부르는 것보다 양쪽 모두에 정확합니다.

바. 남는 질문

그렇다면 임상에서 자주 쓰이는 수독이나 담음 같은 개념은 이 지도의 어디에 놓이는가. 혈관 안의 체액량과 조직 사이에 고인 물은 현대 생리학에서 이미 다른 구획으로 다룹니다.

붓는데 소변은 잘 나오는 경우, 소변은 적은데 붓지 않는 경우가 임상에서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구분은 다음 글에서 이어 다루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腎主水의 신은 해부학적 신장과 같은 것인가요

체액량 조절이라는 기능에서는 겹칩니다. 다만 고전의 신은 생식과 발육, 뼈와 골수, 노화까지 포함하는 기능계이며, 체액 조절의 신호 자체도 뇌하수체와 부신에 걸쳐 있어 장기 하나와 등치되지 않습니다.

몸이 붓는다면 신장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부종이 지속되거나 소변량이 뚜렷하게 줄었다면 신장과 심장, 간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부종은 그 뒤에 다른 관점으로 살펴봅니다.

참고문헌

  1. 黃帝內經 素問 逆調論篇 — 腎者水藏 主津液 원문 소재
  2. 東醫寶鑑 內景篇 腎臟 — 신과 진액에 관한 조문의 인용
  3. Guyton and Hall 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 Regulation of Extracellular Fluid Osmolarity and Sodium Concentration — 항이뇨호르몬과 알도스테론에 의한 체액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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