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가장 오해받는 글자

한의원에서 간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간 수치 검사 결과지를 들고 오시는 분이 있습니다. 수치는 정상인데 왜 그런 말을 들었느냐고 물으십니다.

여기서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해부학적 장기로서의 간이 아닙니다.

이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후의 모든 설명이 오해를 부릅니다. 같은 글자를 쓰지만 다른 대상을 가리킵니다.

나. 조문이 서술하는 것

黃帝內經 素問 靈蘭祕典論에 肝者 將軍之官 謀慮出焉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간은 장군의 벼슬아치이며 계획과 사려가 여기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미 이 문장에서 간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대사나 해독이 아니라 판단과 정서에 관련된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소설을 주관한다는 서술은 후대에 정리되었습니다. 소설이란 막힌 것을 풀어 흐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 기능이 미치는 범위로 정서의 조절, 소화 기능의 협조, 그리고 월경의 순조로움이 함께 열거됩니다.

세 가지가 한 축에 묶여 있다는 점이 이 서술의 핵심입니다.

다. 왜 이 셋이 묶였는가

임상적으로는 관찰에서 나온 묶음입니다.

스트레스가 몰린 시기에 소화가 안 되고, 명치가 답답하고, 한숨이 잦아지고, 여성의 경우 월경이 늦어지거나 생리 전 증상이 심해집니다. 이 조합이 반복해서 관찰되니 하나의 축으로 묶은 것입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이 묶음이 가리키는 자리가 보입니다.

정서적 부하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어지는 축과 자율신경을 통해 몸 전체에 작용합니다. 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 위의 배출이 느려지고 장의 운동이 달라집니다. 명치의 더부룩함과 배변 습관의 변화가 여기서 나옵니다.

같은 축이 생식 호르몬의 조절에도 영향을 줍니다.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신호가 억제되면 배란이 늦어지고 주기가 흐트러집니다. 심한 스트레스나 급격한 체중 변화에서 월경이 멈추는 현상이 이 경로로 설명됩니다.

정서와 소화와 월경을 하나로 묶은 관찰은 이 공통 축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라. 어긋나는 범위

그렇다고 간을 자율신경이나 시상하부와 등치시킬 수는 없습니다.

첫째, 고전의 간은 이 기능만 담당하지 않습니다. 혈을 저장하고, 근을 주관하고, 눈으로 통한다고 서술됩니다. 근육의 긴장과 경련, 눈의 증상까지 같은 계에 묶여 있습니다. 자율신경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둘째, 방향이 반대인 부분도 있습니다. 현대 생리학에서 해부학적 간은 대사와 해독, 담즙 생성, 응고인자 합성을 담당합니다. 이 기능들은 고전의 간 서술에서 중심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고전이 간에 배치한 정서 조절은 오늘날 뇌의 기능으로 다룹니다.

두 체계의 지도가 서로 겹치는 부분과 어긋나는 부분이 이렇게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간 기능이 나쁘다는 한의학의 표현을 간 수치의 문제로 옮기는 것은 번역이 아니라 오역입니다.

마. 고장이 확인해 주는 자리

두 체계가 같은 대상을 보고 있는지는 실패 양상에서 확인합니다.

간기울결이라 부르던 상태의 전형적인 임상 양상이 있습니다. 명치가 답답하고 한숨이 잦고 옆구리가 결리고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이 들며,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악화되고 마음이 풀리면 완화됩니다.

오늘날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장 증상에서 관찰되는 것이 정확히 이 양상입니다. 내시경에서 이상이 없고, 증상이 정서 상태에 따라 오르내리며, 위장관 운동과 감각의 조절 이상으로 설명됩니다.

여기서 두 체계의 예측이 일치합니다. 정서 상태를 다루면 소화 증상이 달라진다는 예측이 양쪽 모두에서 성립합니다.

반면 간경변이나 간염에서 고전의 간 서술은 잘 맞지 않습니다. 실제 간 조직이 손상된 상태에서 소설 기능의 논리는 예측력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서술은 이렇습니다. 肝主疏泄은 자율신경과 장뇌축을 통한 정서와 소화 및 생식 기능의 상호작용을 가리킵니다. 해부학적 간의 대사 기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바. 남는 질문

그렇다면 간이 근을 주관하고 눈으로 통한다는 서술은 어디에 놓이는가. 긴장할 때 어깨와 목이 굳고 눈이 뻑뻑해지는 임상 관찰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 부분은 근육의 긴장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층위와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 다루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의원에서 간이 안 좋다고 하면 간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한의학의 간 기능에 관한 표현은 혈액검사의 간 수치와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다만 피로와 소화 불편이 오래 이어진다면 간 수치를 포함한 기본 검사를 확인해 두시는 것은 별개로 유용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소화가 나아지나요

정서 상태에 따라 증상이 오르내리는 유형이라면 그렇습니다. 다만 모든 소화불량이 그 유형은 아니므로 어떤 조건에서 증상이 달라지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문헌

  1. 黃帝內經 素問 靈蘭祕典論篇 第八 — 肝者將軍之官 원문 소재
  2. 東醫寶鑑 內景篇 肝臟 — 간의 기능에 관한 조문의 인용
  3. Guyton and Hall 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 Autonomic Nervous System and Gastrointestinal Motility — 자율신경과 위장관 운동 조절
*본 내용은 의료광고 심의 기준을 준수하며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효과 차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한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