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나이 탓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마흔 후반에서 오십 대 남성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고, 예전 같으면 그냥 했을 일이 시작이 안 되고, 회식 자리가 즐겁지 않고, 이유 없이 짜증이 늘었다고요.
그리고 대개 스스로 결론을 내려 두셨습니다. 나이 때문이라고요.
나이가 관여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나이만으로 설명하고 끝내면, 함께 얽혀 있는 다른 조건들을 놓칩니다.
나. 여성의 갱년기와는 곡선이 다릅니다
여성의 폐경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뚜렷하게 일어납니다. 남성의 경우는 다릅니다. 삼십 대 이후 테스토스테론이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는 완만한 곡선이고, 모든 남성이 증상을 겪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달라집니다. 본인도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으로는 성욕의 감소, 아침 발기의 빈도 감소, 근육량이 줄고 뱃살이 느는 체형 변화, 지속되는 피로, 의욕과 집중력의 저하, 이유 없는 짜증과 우울감이 함께 나타납니다.
다. 검사는 아침에 받으셔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하루 중에도 변동이 큽니다. 아침에 가장 높고 오후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그래서 오후에 재면 실제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대개 오전에, 공복 상태에서, 그리고 한 번의 수치로 결론 내리지 않고 다른 날 다시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급성 질환을 앓는 중이거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일시적으로 낮아집니다. 그런 시기의 수치는 그대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라. 놓치기 쉬운 두 가지 악순환
첫째는 수면무호흡입니다. 밤새 호흡이 끊기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테스토스테론 분비의 상당 부분이 이 깊은 수면 구간에서 일어납니다. 코를 심하게 골고 낮에 졸리고 아침에 머리가 무겁다면 이쪽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수면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다른 것을 해도 잘 회복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복부 지방입니다. 내장지방의 조직에서는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 쪽으로 전환되는 반응이 활발합니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이 더 낮아지고, 낮아지면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 다시 전환이 늘어납니다.
이 두 가지는 나이와 달리 개입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마. 우울증인지, 갑상선인지
증상만 놓고 보면 우울증, 갑상선 기능 저하, 빈혈, 수면 부족이 서로 상당히 겹칩니다.
일이나 관계에 대한 흥미가 전반적으로 사라졌고 아침에 기분이 특히 가라앉으며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깬다면 우울 쪽을 함께 봐야 합니다. 추위를 유난히 타고 변비가 생기고 피부가 건조해졌다면 갑상선을 확인합니다.
호르몬 보충 치료의 여부와 적응증은 비뇨의학과 진료 영역이므로, 수치가 낮게 확인되었다면 그쪽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저는 진료에서 수면과 코골이, 허리둘레의 변화, 음주와 복용 약, 운동량, 그리고 언제부터 어떤 순서로 달라졌는지를 봅니다. 한의학에서 남성의 중년기 소모를 신정의 저하로 읽어 온 관점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보하는 처방만으로 접근하면 수면무호흡이나 복부비만처럼 실제로 개입해야 할 지점을 지나치게 됩니다. 순서를 정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보약을 먹으면 좋아질까요
체력과 회복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수면무호흡이나 복부비만, 갑상선 문제가 배경에 있다면 그쪽을 함께 다루지 않고는 회복이 더딥니다. 먼저 확인하고 순서를 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검사 수치가 정상인데도 증상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수치가 기준 안에 있어도 증상이 뚜렷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수면과 대사, 정서 상태를 포함해 다른 원인을 폭넓게 확인합니다. 수치 하나로 증상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피로와 의욕 저하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면, 나이 외의 조건이 겹쳐 있지 않은지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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