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파킨슨병에서 발이 무겁고 걸음이 느려지는 증상

파킨슨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손떨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환자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증상 중 하나는 움직임이 전보다 느려지고 걷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발이 바닥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처음 한 발을 떼는 것이 어렵다”, “예전에는 성큼성큼 걸었는데 보폭이 작아졌다”, “다리에 힘은 있는 것 같은데 몸이 바로 따라오지 않는다”와 같은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방향을 바꿀 때 여러 번 작은 걸음을 옮기거나, 평소 자연스럽던 팔의 흔들림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의 느려짐을 서동(bradykinesia)이라고 합니다. 파킨슨병에서는 흑질을 비롯한 뇌의 도파민 신경계와 기저핵 운동회로에 변화가 생기면서 움직임의 속도와 크기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걷기는 평소에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동작이지만, 파킨슨병에서는 이 자동성이 떨어지면서 보폭이 작아지고 움직임을 시작하거나 연속해서 이어가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보행장애를 단순한 ‘다리 근력 저하’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도 뇌가 움직임을 시작하고 크기를 조절하며 여러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파킨슨병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된 의서를 읽다 보면 눈길이 가는 표현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고진음자(固眞飮子)에 등장하는 ‘정기활탈(精氣滑脫)’과 ‘행보무력(行步無力)’입니다.

나. 고진음자의 정기활탈과 행보무력은 무엇을 말할까

동의보감에서 고진음자는 정(精)의 쇠약과 허로를 다루는 과정에서 소개됩니다. 기록에는 “정기활탈하여 장차 노증이 되려는 것을 치료하고 신정을 보하며 음을 자양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습니다.

고진음자가 언급되는 허로의 증상을 살펴보면 ‘행보무력’, 즉 걸을 때 힘이 없는 상태도 함께 나타납니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고진음자가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처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파킨슨병이라는 진단명도 없었으며, 행보무력은 노화, 만성적인 소모, 영양상태의 저하, 근골격계 질환이나 여러 신경계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넓은 증상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표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걷는 힘이 떨어진다’는 현상을 정기(精氣)의 쇠퇴와 함께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한의학에서 정(精)은 생식기능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닙니다.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성장과 노화, 골수와 뇌수의 충실함에 관계하는 중요한 생리적 기반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신(腎)은 정을 저장하고, 정은 수(髓)의 바탕이 되며, 뇌는 ‘수해(髓海)’라고 표현됩니다.

또한 전통의학에서는 사람의 의식과 감각, 판단과 운동을 아우르는 신(神)의 활동 역시 신체의 물질적 기반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정과 기가 충실해야 신의 활동도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정기활탈’과 ‘행보무력’이 함께 등장하는 것을 단순히 다리 근육이 약해진 상태로만 읽기보다는, 몸 전체의 기능적 여력이 쇠하면서 움직임과 보행능력도 함께 저하되는 상태에 대한 옛 의학의 관찰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 정·신·뇌의 관계와 뇌기능을 유지하는 몸의 항상성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정이나 신을 현대의 특정 물질 하나에 그대로 대응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정은 도파민이다’ 또는 ‘정기활탈은 흑질 신경세포의 소실이다’라고 해석한다면 고전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만드는 셈입니다.

하지만 정기가 충실해야 신의 기능이 유지된다는 전통적인 관점을 ‘뇌는 몸 전체의 생리적 환경과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바라보면 현대 생리학과 함께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혈류와 산소, 포도당뿐 아니라 체액량, 나트륨 농도, 삼투압, 호르몬, 체온 등 수많은 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뇌와 신장 사이의 수분 조절입니다. 우리 몸의 혈액이 지나치게 농축되거나 묽어지면 뇌의 삼투압 감지 체계가 이를 파악하고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합니다. 바소프레신은 다시 신장에 작용해 물을 얼마나 보존할 것인지 조절합니다. 뇌와 신장이 서로 연결되어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체액과 전해질 균형이 크게 흔들리면 뇌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지는 상황에서 혼돈, 졸림, 의식 변화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뇌가 몸의 수분·전해질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신장 역시 소변을 만드는 기관에 그치지 않습니다. 레닌-안지오텐신계,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 비타민 D 대사 등 다양한 조절 체계와 관계하고 있으며 혈압과 혈류, 대사환경을 통해 뇌와 상호작용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현대의 뇌-신장 관계가 곧 한의학의 ‘신장정(腎藏精)’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의학 체계이므로 동일한 개념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고전에서 신(腎), 정(精), 수(髓), 뇌(腦), 신(神)을 서로 이어서 바라본 시각이 단순히 하나의 장기만을 독립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전신의 상태와 뇌기능을 연결해 이해하려 했다는 점은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고진음자의 ‘정기활탈과 행보무력’을 다시 읽으면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몸 전체의 회복력과 생리적 여력이 떨어지는 과정이 운동기능의 저하와 어느 정도 함께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파킨슨병 자체의 원인은 현대 신경과학의 진단과 치료 체계에서 살펴야 하지만, 같은 파킨슨병이라도 수면, 식사, 변비, 피로, 체중 변화, 혈압, 수분 섭취와 전신 컨디션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움직임의 불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뇌질환을 살펴볼 때도 뇌 하나만 떼어놓기보다는 뇌가 기능할 수 있는 전신의 환경을 함께 살펴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라. 파킨슨병 보행장애가 있을 때 생활에서 함께 살펴볼 변화

파킨슨병 환자에게 걸음이 불편해졌다면 먼저 보행의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과 저녁의 움직임이 다른지, 약을 복용한 시간에 따라 보행이 달라지는지, 처음 출발할 때 어려운지, 방향을 바꿀 때 어려운지, 보폭이 줄었는지, 발을 끄는지 등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갑자기 보행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면 파킨슨병이 진행했다고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탈수, 감염, 수면부족, 혈압 변화, 복용약의 변화, 통증과 근골격계 문제 등도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킨슨병에서는 넘어짐의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걸음을 억지로 크게 만들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주변의 장애물을 줄이고, 방향 전환 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며, 필요하면 재활의학적 운동이나 물리치료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수분 섭취 역시 지나치게 많이 마시거나 반대로 무조건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장이나 신장 질환, 혈압약이나 이뇨제 사용 여부 등에 따라 필요한 수분 관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킨슨병 치료의 중심은 신경과에서 이루어지는 정확한 진단과 약물치료입니다. 한의학적 관리는 이를 대신하기보다는 환자에게 함께 나타나는 피로, 수면, 식욕, 소화, 대변 상태, 근육의 긴장, 통증 등 전신적인 불편을 함께 살펴보는 보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 파킨슨병의 행보무력에서 소이안한의원이 함께 확인하는 것

소이안한의원에서는 파킨슨병 환자의 ‘걷기가 힘들다’는 표현을 하나의 증상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어떤 형태의 보행장애인지 먼저 구분해서 살펴봅니다.

첫발을 떼는 것이 어려운지, 보폭이 짧아지는지,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지, 방향을 전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좌우의 움직임에 차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동시에 목과 몸통의 긴장, 척추와 골반의 움직임, 통증이 보행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봅니다.

또한 수면과 피로, 식욕과 소화, 대소변, 땀, 추위와 더위에 대한 반응, 체중 변화처럼 전신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같은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가지고 있어도 환자가 겪는 불편의 양상과 몸의 상태는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약치료를 고려하는 경우에도 고진음자라는 처방명을 파킨슨병이라는 진단명에 그대로 대응시켜 사용하지 않습니다. 고진음자의 ‘정기활탈·행보무력’이라는 기록은 처방을 이해하는 하나의 고전적 단서일 뿐이며, 실제 진료에서는 현재의 증상과 체력, 소화상태, 수면, 배변, 복용 중인 약물과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처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파킨슨병을 바라볼 때 손떨림 하나에만 시선을 두지 않고, 사람이 어떻게 일어서고 첫걸음을 떼며 걸음을 이어가는지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동의보감의 ‘行步無力’이라는 짧은 표현 역시 그런 의미에서 다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의 의학과 현대 신경과학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환자가 실제로 겪는 움직임의 변화와 전신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점에서는 오늘날에도 생각해볼 부분을 남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고진음자는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처방인가요?

고진음자는 파킨슨병이라는 현대 진단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처방이 아닙니다. 동의보감에는 정기활탈과 행보무력 등의 상태에 사용한 기록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파킨슨병 치료 처방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한약치료는 개인의 증상과 전신 상태, 복용약과 기저질환을 확인한 뒤 한의사의 진료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파킨슨병에서 다리에 힘은 있는데 걷기가 어려울 수도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서동과 보행장애는 근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움직임의 시작, 속도, 크기와 연속성을 조절하는 기능과 관련됩니다. 보폭이 작아지거나 첫발이 잘 떨어지지 않고 방향 전환이 어려워지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신경과적인 평가와 함께 현재의 보행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으로 걸음이 느려지거나 몸이 무겁고 움직이기 어려운 변화가 있다면 현재의 보행 상태와 전신 컨디션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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