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피부는 피부과, 관절은 정형외과
건선으로 피부과를 다니시는 분이 손가락이 아프다고 정형외과에 가십니다. 그 두 진료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몇 년이 지나기도 합니다.
건선이 있는 분 가운데 일부에서 관절 염증이 함께 나타납니다. 피부 증상이 먼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관절이 먼저이거나 거의 동시에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선이 있으신 분이 관절 통증을 말씀하시면 저는 반드시 이 방향을 확인합니다.
나. 손가락 전체가 붓습니다
이 병에는 특징적인 양상이 있습니다.
한 관절이 붓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나 발가락 하나가 통째로 부어오릅니다. 마디만 굵어지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서 끝까지 소시지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힘줄을 감싼 막까지 함께 염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모양을 보면 다른 관절염과 구분이 비교적 뚜렷해집니다.
침범하는 관절도 다릅니다. 손가락 끝마디, 손톱에 가까운 관절이 아픈 경우가 흔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이 마디가 잘 침범되지 않아 감별점이 됩니다.
관절이 아니라 힘줄이 뼈에 붙는 자리가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뒤꿈치의 아킬레스건 붙는 자리, 발바닥 근막이 시작되는 자리가 대표적입니다.
허리와 엉치가 아픈 경우도 있어, 앞서 다룬 강직성척추염과 겹치는 영역이 있습니다.
다. 손톱이 단서가 됩니다
관절 증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손톱에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톱 표면에 바늘로 찍은 것 같은 작은 함몰이 여러 개 생기거나, 손톱이 바닥에서 들뜨거나, 기름이 번진 것 같은 노란 반점이 보입니다.
손톱에 변화가 있는 건선 환자에서 관절염이 동반되는 비율이 더 높다고 보고됩니다. 그래서 저는 건선이 있으신 분의 손톱을 반드시 봅니다.
피부 병변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피 경계선, 귀 뒤, 배꼽, 엉덩이 사이, 팔꿈치와 무릎 바깥쪽을 확인합니다. 본인이 비듬이나 습진으로 알고 계신 경우가 있습니다.
라. 류마티스와 나눕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양쪽 손의 같은 관절이 대칭으로 침범되는 경향이 뚜렷하고, 손가락 끝마디는 대개 비켜 갑니다. 아침 강직이 한 시간 이상 이어집니다.
건선관절염은 비대칭인 경우가 많고, 손가락 끝마디를 침범하며, 손가락 전체가 붓는 양상과 부착부 통증이 특징입니다.
두 병 모두 아침 강직이 길고 관절이 붓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헷갈립니다. 그래서 피부와 손톱을 함께 보는 일이 진단에서 중요한 몫을 합니다.
마. 확인과 관리
진단은 병력과 진찰,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종합해 이루어집니다. 류마티스인자가 음성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참고됩니다. 류마티스내과 영역이므로 해당 진료를 권해 드립니다.
이 병에서 초기 확인이 중요한 이유는 관절 손상이 진행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피부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해서 관절 증상이 가벼운 것도 아닙니다. 둘의 정도가 반드시 같이 가지 않습니다.
저는 진료에서 관절 증상의 분포와 대칭 여부, 아침 강직의 길이, 손가락 전체가 붓는지, 부착부 통증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손톱과 피부는 반드시 함께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의 병과 관절의 병을 따로 보지 않고 안에 쌓인 열과 습이 겉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읽어 온 관점이 있습니다. 피부만 다루면 관절이 남고 관절만 다루면 피부가 남는다는 임상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진단과 면역 치료는 해당 진료과의 몫이고, 한의 치료는 통증과 강직, 피부 상태, 그리고 재발과 관련된 생활 조건 쪽에서 함께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건선이 심하면 관절염도 생기나요
피부 증상의 심한 정도와 관절 침범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피부가 가벼워도 관절 증상이 뚜렷할 수 있으므로 별개로 확인합니다.
관절이 아픈데 건선인지 모르고 있었다면요
두피나 귀 뒤, 배꼽, 엉덩이 사이처럼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병변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톱 변화와 함께 확인해 보시면 단서가 됩니다.
건선이 있으신데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면, 두 증상을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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