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표현이 잘 안 되는 감각
다리가 아프냐고 물으면 아프지는 않다고 하십니다. 저리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거나, 속에서 근질거린다거나, 뭐라 말하기 어려운데 가만히 두기가 힘들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대개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움직이면 좀 낫다고요. 이 한마디가 중요한 단서입니다.
나. 네 가지가 모두 맞아야 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네 축으로 판단합니다.
첫째,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고 대개 불쾌한 감각이 동반됩니다. 둘째,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시작되거나 심해집니다. 셋째,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그동안은 덜해집니다. 넷째, 저녁이나 밤에 더 심합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특히 네 번째,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다른 원인과 구분되는 핵심입니다. 하루 종일 똑같이 저리다면 다른 쪽을 봐야 합니다.
다. 다리 저림, 쥐와는 어떻게 다른가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 자극에 의한 저림은 특정 자세에서 심해지고 저린 부위가 신경이 지나는 길을 따라 띠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움직인다고 편해지지 않습니다.
밤에 나는 쥐는 갑작스러운 근육 수축이고 통증이 분명하며 몇 초에서 몇 분 안에 끝납니다. 근질거림이 오래 이어지는 하지불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자주 물으시는데, 다리 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통증은 걸을 때 아프고 쉬면 좋아집니다. 하지불안과 정반대입니다.
라. 철과 약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 증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몸에 저장된 철의 양입니다. 빈혈이 없더라도 저장철이 부족하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혈색소만이 아니라 페리틴 수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생리량이 많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도 잘 나타납니다.
그리고 복용 중인 약을 봐야 합니다. 일부 항히스타민제, 일부 항우울제, 구토를 억제하는 약 가운데 이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이 있습니다. 감기약을 먹은 날 유독 심했다면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마. 진료에서 확인하는 순서
저는 먼저 시간대를 확인합니다. 저녁부터 심해지는지, 움직이면 그동안 편해지는지가 진단의 뼈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철 상태와 복용 약, 카페인과 음주, 수면 시간을 봅니다. 여기까지 정리되면 순환과 근육의 긴장을 살핍니다. 종아리와 발바닥의 압통, 골반과 허리의 긴장이 함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 밤에 심해지고 움직이면 덜해지는 증상은 혈이 근육을 적시지 못하는 상태로 읽어 왔습니다. 현대적으로 그대로 옮겨지지는 않지만, 철과 순환, 수면을 함께 본다는 방향은 겹칩니다.
집에서는 저녁 몇 시부터 시작되는지, 어떤 날 심한지, 무엇을 하면 덜한지를 이 주만 적어 오시면 진찰이 훨씬 빨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철분제를 그냥 먹어도 될까요
저장철이 충분한데 보충하면 몸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페리틴 수치를 먼저 확인하신 뒤 필요 여부와 용량을 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리를 주무르거나 스트레칭하면 나아지는데 계속 그렇게 하면 안 되나요
그 순간에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움직여야 편해지는 상태가 매일 밤 반복되면 수면이 조각나고 낮의 피로가 쌓입니다. 원인 쪽을 함께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녁마다 다리를 움직여야 잠이 온다면, 수면과 철 상태, 순환을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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