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반드시 나누어야 하는 지점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고 오시면 저는 몇 가지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 확인을 건너뛰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민성 장 증상은 흔하고 대체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증상 가운데 시간을 다투는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나. 기능성으로 볼 수 없는 신호
다음이 있으면 기능성 장 증상으로 넘기지 않습니다.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입니다. 항문 바깥의 치질에서 나는 선홍색 피와, 변에 섞여 나오거나 점액과 함께 나오는 피는 다릅니다.
밤에 설사나 복통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입니다. 과민성 장 증상은 대개 낮에 나타나고 자는 동안에는 조용합니다. 밤에 깨운다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지속되는 미열, 빈혈 소견, 그리고 사십 대 후반 이후에 처음 시작된 배변 습관의 변화도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가족 중에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을 앓은 분이 있다면 문턱을 더 낮춰야 합니다.
다. 두 병의 차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 시작해 직장부터 위쪽으로 이어져 올라갑니다. 염증이 점막층에 머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피와 점액이 섞인 설사, 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계속 마려운 느낌이 두드러집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병변이 띄엄띄엄 나타납니다. 염증이 벽 전체를 파고들기 때문에 좁아지거나 구멍이 나거나 누공이 생기는 합병증이 따릅니다. 오른쪽 아랫배 통증과 체중 감소가 흔하고 혈변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입니다.
두 병 모두 장 밖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관절통과 허리 통증, 눈의 충혈과 통증, 피부의 결절이 함께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강직성척추염과 겹치는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라. 확인 절차
진단은 내시경과 조직 검사로 이루어집니다. 염증 수치와 대변 검사가 참고되며 감염성 장염을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소화기내과 영역이므로 위의 신호가 있다면 그쪽 진료를 먼저 받으시도록 안내드립니다.
이 병에서 초기에 확인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장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가 생기기 전에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입니다.
마. 관해기에 한의 진료가 하는 일
진단과 약물 치료는 소화기내과에서 이루어집니다. 한의 치료가 그것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시작합니다.
다만 약으로 염증이 잡혀 관해기에 들어간 뒤에도 남는 불편이 있습니다. 잔변감과 복부 팽만, 식사 후의 불편, 만성적인 피로, 그리고 언제 다시 나빠질지 모른다는 긴장입니다. 이 시기에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염증 수치가 아니라 이런 부분입니다.
저는 관해기에 오신 분께 배변 양상과 식사 후 반응,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가 몰리는 시기와 재발 시기가 겹치는지를 봅니다. 복용 중인 약은 반드시 확인합니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를 쓰고 계신다면 그에 맞추어 처방 방향을 정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된 설사와 혈변을 하나로 보지 않고, 습열이 대장에 몰린 상태와 비위가 약해져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 그리고 오래되어 기가 아래로 처진 상태로 나누어 접근해 왔습니다. 급성 악화기와 관해기에 같은 방향을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스트레스 때문에 재발하나요
스트레스가 이 병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악화의 방아쇠로 작용하는 경우가 보고됩니다. 재발 시기와 생활의 변화가 겹치는지 기록해 두시면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음식을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나요
급성 악화기와 관해기에 기준이 다릅니다. 관해기에 광범위한 제한을 오래 유지하면 영양 상태가 나빠져 회복에 불리합니다. 본인에게 실제로 반응이 있는 음식만 확인해 조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진단을 받고 관해기를 유지하고 계신다면, 재발과 관련된 생활 조건을 함께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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